인간가족전 (The Family of Man)
1955년 뉴욕 현대미술관의 25주년 기념 행사인 『인간가족전 The Family of Man』은 룩셈부르크 출신의 에드워드 스타이켄(Edward Steichen)이 총괄 책임을 맡아 추진한 대대적인 사진전이었습니다. 스타이켄은 1947년 뉴욕 현대미술관의 사진부장으로 임명된 후 이 전시회를 기획하게 되었는데, 이전의 전쟁사진 전시회들이 큰 성과를 거두지 못한 경험을 바탕으로 실패 원인을 분석하게 되었습니다.
전쟁 사진이 외면받은 이유는 세계대전을 두 번 겪은 사람들 사이에서 전쟁의 참혹함을 잊으려는 경향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사람들은 전쟁 상황을 떠올리기보다는 인간에 대한 불신과 회의가 팽배한 시대적 분위기 속에서 전쟁을 회피하려 했습니다. 이에 스타이켄은 "인간은 하나"라는 슬로건을 내세우며, 사진을 만국의 언어, 시각적 국제어로 인식시키려는 기회를 만들었습니다.
전시 준비 과정
『인간가족전』은 약 2년간 준비되었습니다. 전 세계의 아마추어와 프로 사진작가들로부터 200만 장의 사진을 모아 1만 장을 프린트하고, 그중 503장을 선정했습니다. 이는 68개국 273명의 사진작가들의 작품으로, 다양한 환경 속에서도 인간이 본질적으로 하나의 가족이라는 이념에 초점을 맞추어 선별되었습니다. 이 전시는 1955년 1월 26일부터 5월 8일까지 뉴욕 현대미술관에서 열렸고, 인간의 삶의 순환을 영상 언어로 표현한 것이 성공의 열쇠였습니다.
이 전시회는 예상보다 큰 반응을 얻었으며, 뉴욕뿐만 아니라 세계 85개 도시를 순회하면서 약 700만 명이 관람했습니다. 한국에서는 1957년 경복궁 미술관에서 전시되었습니다.
전시 내용
『인간가족전』은 40개의 테마로 나뉘어 있으며, 우주 창조, 사랑, 결혼, 출산, 육아를 시작으로 인간과 환경 간의 화해와 갈등을 보여줍니다. 질병과 죽음의 과정을 포함하여 고독, 종교, 전쟁, 굶주림 등의 주제도 다룹니다. 전시는 유진 스미스의 사진 <낙원뜰에 이르는 길 A Walk to Paradise Garden>로 마무리되며, 두 아이가 숲을 빠져나가 미래로 향하는 희망적인 메시지를 전달합니다.
이 전시는 두 차례의 세계대전에도 불구하고 인간에 대한 긍정적인 시각을 제시하며, 불신과 소외 속에서도 미래에 대한 희망을 이야기합니다.
제작 형식과 전시 방법
『인간가족전』은 기존의 전시 방법과 차별화된 새로운 형식을 도입했습니다. 기존 사진들은 낱장으로 미적 요소에 중점을 두었지만, 이 전시는 하나의 테마 아래 503장의 사진을 대규모 군사진 형식으로 구성하여 새로운 형식을 제시했습니다.
전시 방법 또한 독특했습니다. 벽에 일렬로 사진을 걸어두는 전통적인 방식에서 벗어나, 벽면, 천장, 바닥을 모두 활용하여 관람자가 터널을 통과하듯 사진을 감상할 수 있도록 구성했습니다. 전시는 후에 책으로 출판되었지만, 전시 공간에서 느꼈던 감동을 온전히 전달하기에는 한계가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전시는 독창적인 전시 형식의 길을 열었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습니다.
참여자와 협력
『인간가족전』은 스타이켄 혼자만의 작업이 아닌, 집단 제작의 형식을 띠고 있었습니다. 전시 기획과 총책임자는 스타이켄이 맡았고, 전시장의 설계는 건축가 폴 루돌프가 담당했습니다. 40개의 테마는 시인 칼 샌드버그가 서사를 맡아 전개했으며, 사진 중간에는 역사적 인물의 명언이나 성서 구절이 삽입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