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드워드 스타이켄 (Edward Steichen, 룩셈부르크, 1879~1973)
에드워드 스타이켄: 사진을 통해 인류의 가족을 이야기하다
1879년 룩셈부르크에서 태어남
에드워드 스타이켄(Edward Steichen)은 1879년 룩셈부르크에서 태어났습니다. 1881년, 그의 가족은 미국으로 이민을 떠나 필라델피아에 정착하였으며, 그는 이곳에서 예술적 재능을 키우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화가로서 경력을 시작한 스타이켄은 점차 사진에 흥미를 느끼게 되었고, 1899년 필라델피아 사진살롱에 처음으로 작품을 출품하면서 사진가로서의 여정을 시작하게 됩니다.
초기 사진가로서의 활동
스타이켄은 1905년에 사진가 알프레드 스티글리츠(Alfred Stieglitz)와 함께 뉴욕에 ‘291화랑’을 설립하였으며, 이를 통해 당시 현대 사진 예술의 발전에 큰 기여를 했습니다. 초기 그의 사진은 부드러운 초점을 사용한 회화적 스타일을 따랐으며, 이는 당시 영국 사진가 데이비드 옥타비우스 힐(David Octavius Hill)의 영향을 받은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며 그의 스타일은 점차 스트레이트 포토그래피(사실주의적 사진)로 변모하게 됩니다.
제1차 세계대전 이후, 사진가로서의 전념
제1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 스타이켄은 본격적으로 사진가의 길을 걷기 시작했습니다. 그는 흑백뿐만 아니라 컬러 사진에도 도전하며 다양한 주제를 다루었습니다. 그의 작업은 인물, 풍경, 패션, 광고, 무용, 건축 등 매우 다양한 분야에 걸쳐 있었습니다. 특히, 그는 사실적인 묘사에 중점을 두면서도 감각적인 미를 놓치지 않는 독특한 스타일로 주목받았습니다.
1955년, 『인간가족전 The Family of Man』 기획
스타이켄이 20세기 사진사에서 가장 주목받는 이유는 1955년 뉴욕 현대미술관에서 기획한 『인간가족전(The Family of Man)』 때문입니다. 이 전시는 현대사진에 큰 영향을 미쳤을 뿐만 아니라, 그의 이름과도 밀접하게 연관된 중요한 전시로 평가됩니다. 스타이켄은 이 전시를 통해 인류의 공통된 경험과 인간애를 사진을 통해 시각적으로 표현하고자 했습니다.
전시의 배경과 기획 과정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스타이켄은 뉴욕 현대미술관의 사진부장으로 임명되었습니다. 그는 전쟁 이후 인간에 대한 불신과 회의가 팽배한 사회 분위기 속에서 ‘인간은 하나’라는 긍정적인 메시지를 담은 전시를 기획하게 됩니다. 『인간가족전』은 약 2년에 걸친 준비 과정을 거쳤으며, 세계 각국의 아마추어, 프로, 유명사진가, 무명사진가를 가리지 않고 객관적인 기준으로 사진을 평가하여 총 200만 장의 사진을 모았습니다. 이 중에서 1만 장을 프린트하고, 최종적으로 503장의 사진을 선정하여 전시하였습니다.
전시의 성공과 영향
1955년 1월 26일부터 5월 8일까지 뉴욕 현대미술관에서 열린 『인간가족전』은 총 68개국에서 273명의 사진가가 참여한 대규모 전시로, 인류의 보편적인 경험을 사진으로 표현한 것이 큰 성공을 거두었습니다. 전시된 사진들은 주로 인간이 태어나고, 교육을 받고, 결혼하고, 늙어서 죽는 삶의 여정을 다루었으며, 사랑, 결혼, 출산, 육아, 질병, 죽음, 전쟁, 고독 등의 주제를 중심으로 구성되었습니다.
특히, 전시는 다양한 테마를 통해 인간과 환경, 인간과 인간 사이의 관계를 시각적으로 탐구하였으며, 결국 “우리는 모두 하나의 가족”이라는 메시지를 전달했습니다. 이 전시는 뉴욕에서의 성공에 그치지 않고 전 세계 85개 도시에서 순회 전시되었으며, 약 7백만 명이 이 전시를 관람했습니다. 한국에서도 1957년 경복궁 미술관에서 『인간가족전』이 열리며 큰 반향을 일으켰습니다.
전시 형식의 혁신과 영향력
『인간가족전』은 전시 형식에서도 혁신적인 시도를 보여주었습니다. 기존의 사진 전시가 주로 낱장 사진을 벽에 걸어놓는 방식이었다면, 이 전시는 여러 장의 사진을 엮어 하나의 이야기를 전달하는 ‘엮음사진(Series Photo)’ 형식을 도입했습니다. 이는 대중에게 더욱 효과적으로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한 방법이었으며, 이러한 엮음사진의 기법은 후에 많은 사진 전시회에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또한, 이 전시는 전통적인 전시 공간의 한계를 넘어서, 벽면, 천장, 지면을 모두 활용하여 관람자가 마치 사진 속으로 들어가는 듯한 입체적인 전시 경험을 제공했습니다. 이러한 전시 기법은 관람자에게 강렬한 시각적 경험을 선사하며, 당시 전시 기획의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주었습니다. 『인간가족전』은 이후 책으로도 출판되었으며, 전시의 감동을 최대한 재현하기 위한 노력도 엿볼 수 있습니다.
에드워드 스타이켄의 유산
에드워드 스타이켄은 『인간가족전』을 통해 사진이 단순한 기록을 넘어, 전 인류가 공감할 수 있는 보편적인 언어로 사용될 수 있음을 보여주었습니다. 그의 작업은 사진이 예술적 표현의 도구임과 동시에 사회적 메시지를 전달하는 강력한 매체라는 것을 입증했습니다. 그의 전시는 사진의 새로운 형식과 가능성을 열었으며, 오늘날까지도 그의 업적은 현대 사진계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스타이켄은 사진을 통해 인간의 삶을 포착하고, 그 속에서 인간애와 공감을 끌어내는 데 탁월한 능력을 발휘한 예술가로 기억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