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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실

으젠느 앗제 (Jean Eugene Auguest Atget, 프랑스, 1856∼1927)

by Noctvision 2025. 2.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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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젠느 앗제: 카메라의 시인, 고독 속에서 피어난 사진의 예술

 

1856년 프랑스 보르도에서 태어남

 

으젠느 앗제(Jean Eugene Auguste Atget)는 1856년 프랑스 보르도에서 태어났습니다. 어려서 부모를 잃고, 삼촌의 손에서 자라난 그는 불운한 삶을 살았습니다. 젊은 시절에는 선실 급사로 바다를 떠돌며 살았고, 그 후에는 떠돌이 극단의 단역 배우로 일하며 하루하루를 힘겹게 살아갔습니다. 그의 배우 생활은 그저 무대 뒤에서 잡일을 돕는 정도였으며, 주목받는 일이 거의 없었습니다. 그러던 중, 그의 나이 40세에 이르러서야 파리로 이주하면서 사진가의 길에 들어서게 되었습니다.

 

1899년, 파리와 센느강을 카메라에 담다

 

1899년, 앗제는 18ⅹ24cm 뷰카메라를 구입하여 파리 시내와 센느강 주변을 사진으로 기록하기 시작했습니다. 이 작업은 그에게 있어 예술 활동이라기보다는 생계를 유지하기 위한 수단이었습니다. 앗제는 주로 화가들이 그림을 그리는 데 참고할 수 있도록 사진을 판매하였으며, 이를 통해 생계를 이어갔습니다. 그러나 단순한 생계 수단으로 시작한 그의 사진은 훗날 예술로서 높은 평가를 받게 되었습니다.

 

그에게 사진은 단지 생계를 위한 직업이었지만, 동시에 외로웠던 삶에서 세상과 연결되는 유일한 끈이기도 했습니다. 그의 사진은 세상과 소통하는 수단이자, 자기 표현의 방법이었습니다. 앗제의 친구였던 앙드레 깔메뜨(Andre Calmettes)는 앗제가 파리와 그 주변의 예술적이고 회화적인 모든 것을 하나의 콜렉션으로 창작하려는 야심을 품고 있었다고 말합니다. 이러한 야망은 그의 사진을 단순한 기록을 넘어 서정적인 작품으로 승화시켰습니다.

 

베러니스 애보트에 의해 재조명된 앗제의 사진

 

앗제가 생전에 명성을 얻지 못한 채 외로이 세상을 떠난 것은 안타까운 일입니다. 그러나 그의 사진은 미국의 여류 사진가 베러니스 애보트(Berenice Abbott)에 의해 세상에 알려지게 되었습니다. 앗제가 세상을 떠나기 1년 전, 화가이자 사진가였던 만 레이(Man Ray)는 초현실주의자들의 기관지 「Surrealist의 변혁」에 앗제의 사진 4점을 게재하며 그의 작품을 소개했습니다. 이로써 앗제의 사진은 처음으로 창작 예술로 인정받게 되었습니다.

 

베러니스 애보트는 앗제의 사진에 깊은 관심을 갖게 되었고, 그가 세상을 떠난 후에도 그의 사진을 보존하기 위해 수소문을 시작했습니다. 애보트는 2천여 장의 원판과 1만여 장이 넘는 사진을 찾아내었고, 이를 뉴욕 현대미술관에 보존하면서 앗제의 작품을 오늘날에도 감상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고독한 파리의 뒷골목을 기록한 앗제의 사진

 

앗제의 사진은 주로 야외에서 촬영되었으며, 특히 사람이 거의 없는 뒷골목을 배경으로 한 작품들이 많았습니다. 가끔 사진 속에 인물이 등장하긴 하지만, 그들은 대부분 앗제와 비슷한 처지에 놓인 밑바닥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이었습니다. 앗제는 주로 이른 아침이나 늦은 저녁, 인적이 드문 시간에 촬영을 했는데, 이는 그가 고독을 즐기고 사람들의 시선을 피하기 위해서였습니다. 그의 사진 속 고독한 풍경은 어쩌면 그의 내면 깊은 곳의 고독을 반영한 것일지도 모릅니다.

 

오늘날 앗제는 ‘카메라의 시인’으로 불립니다. 그의 사진은 기록적이면서도 시적인 감성을 담고 있으며, 현실 속에 숨겨진 시적 세계를 찾아내 표현하는 데 탁월한 능력을 보여주었습니다. 그의 작품은 일상적 공간에서 자연스럽게 조화를 이루며, 삶의 진실을 담아내고 있습니다. 그가 찍은 장면들은 그가 늘 생활하던 공간에서 나온 자연스러운 모습이었으며, 이로 인해 사진 속에서 느껴지는 감정 또한 깊은 공감을 불러일으킵니다.

"Shop, avenue des Gobelins" (1925), by Eugene Atget

 

스트레이트 포토그래피의 선구자, 앗제의 사진사적 위치

 

앗제는 19세기 말, 사진이 회화적 예술로 인정받던 시기에 등장했지만, 회화적 사진보다는 스트레이트 포토그래피, 즉 사실적 기록 사진을 추구했습니다. 그의 사진은 기록성이 강하면서도 예술적 감성을 동시에 담아냈으며, 이는 오늘날에도 그가 중요한 사진가로 평가받는 이유 중 하나입니다. 비록 그의 사진이 처음에는 실용적인 목적에 치중했을지라도, 그 속에서 자신만의 독특한 예술적 색채를 형성해나갔습니다.

 

그가 기록한 파리의 뒷골목과 소외된 사람들의 모습은 단순한 기록 이상의 가치를 지니며, 이를 통해 앗제는 고독과 외로움 속에서도 사진이라는 예술을 통해 세상과 연결될 수 있었습니다. 그의 사진은 사실적인 기록 속에서도 충분히 예술성을 발휘할 수 있음을 보여주었으며, 이는 그를 현대사진의 선구자로 자리매김하게 만든 중요한 요소입니다.

 

마무리하며

 

으젠느 앗제는 가난과 외로움 속에서 사진을 통해 세상과 소통하고자 했던 사진가입니다. 그의 사진은 단순한 기록을 넘어서, 그 속에 담긴 감정과 진실을 통해 오늘날까지도 사람들의 마음을 울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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